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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cept or Reject

연구 결과와 논문에 대한 Skepticism

오지의 마법사 2016.11.18 18:21

아래는 저희 블로그에 익명으로 남기신 AOR 사연입니다.


(질문자)

안녕하세요. 

바이오톡 재밌게 듣고 있는 생물학 박사입니다. 

현대의 생물학에 대해서 가끔 후배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듣는 친구들이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그닥 토론을 하려는 분위기는 잘 안되고 그냥 제 이야기에 수긍만해서 좀 더 높은 위치에 계신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궁금해서 글을 써 봅니다. 

오래된 떡밥이지만 전 STAP cells paper가 철회된 것이 연구 부정을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좋은 저널에 나온 유행의 최첨단의 논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는 수많은 재현되지 않는 실험들이 있지만, 그들 중 대부분의 논문은 철회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저널에 나오는 실험들은 설사 재현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무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재현해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지도 않습니다. 논문을 철회하라고 강력하게 저널측에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사실 제 연구의 시작지점이 이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그 생각과 정 반대의 논문이 이미 꽤 유명한 저널에 이 분야 대가의 방에서 나와 있었습니다. 인용수도 거의 300회에 육박합니다. 이 논문을 발견하고는 좌절했지만, 그래도 실험이나 한 번 해보자고 생각해서 그 실험을 따라해 봤는데, 전혀 재현이 되질 않았습니다. 


결국은 저는 그 논문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매우 다양한 각도에서 반복실험을 했고 대가의 논문을 건드리는게 조금은 두려웠던 것 같은 저희 지도교수님은 다른 사람에게도 제 실험을 해보라고 시켜서 검증을 했습니다. 다행히 리뷰어들이 제가 제시한 근거들이 타당하다고 여겨서 나쁘지 않은 저널에 논문을 낼 수 있었지만 제 논문은 결국은 빈껍데기 뿐입니다. 


대가는 A라는 유전자가 중요하다! 라고 주장했고, 저는 A는 없어도 된다 라고 논문을 냈기 때문입니다. 학생이고, 교수고 결국 중요한 것은 논문이기 때문이 별다른 내용 없이도 나쁘지 않은 저널에 낸 것에는 만족을 합니다만 제 생각의 시작은 여기부터입니다.

그렇다면 대가의 논문은 어떻게 된걸까요? 꼬꼬마 대학원생의 패기로 말해보자면 그 논문은 높은 확률로 조작이거나 극히 드문확률로 우연히 나타난 결과를 모아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일을 접했을 때 생물학자들이 하는 흔한 핑계가 있죠. ‘뭔가 알 수 없지만 조건이 달라서 안됐을거야.’ 하지만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진짜 무언가인지 확인하려는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는 두 논문은 영원히 세상에 공존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수 많은 재현되지 않는 실험결과들이 전혀 재검증을 받지 않은채로 돌아다닙니다.


매드사이언티스 님이 예전에 소개해주신대로 검증을 위한 저널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결국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만이 검증이 대상이 될 뿐이고, 설사 재현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논문이 철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게 됩니다.

연구가 재밌어서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학계에서는 좋은 논문을 위해서라면 재현 가능성 따위는 가뿐하게 무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습니다.


 대학입시 때 논술시험에 나온다고 요약본만 열심히 읽었던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건 과학이 종교와 다른점은 ‘검증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걸핏하면 ‘뭔지 알 수는 없지만 조건이 다르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생물학은 검증 가능성이 있는 학문일까요?



영국 University of Cambridge Group Leader (Principal Investigator)로 계시는 구본경 박사님께서 보내주신 대답입니다. 참고로, 구본경 박사님은 현재 줄기세포 분야에서 아주 활발히 연구하시는 분이시고, 내공있는 답변이 되실 것 같아서, 직접 여쭈어 보았습니다. 아래는 답변입니다.



(답변 - 구본경 박사님) https://www.facebook.com/bonkyoung.koo.1


넵,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어떤 느낌인지 공감이 갑니다. 모든 과학자가 스켑틱에 능하고 Moral하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울겁니다. 하지만 과학이 여전히 꾸준히 발달을 한다는 것은 스켑틱에 능하고 Moral한 과학자가 더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재현이 잘 되지 않는 논문을 낸 대가는 건재할 지 모르지만, 해당 논문을 낸 제1 저자는 주로 학계에서 심한 견재를 받기 시작합니다. 비록 대가가 corresponding author이기에 책임을 지는 것이 맞습니다만, STAP 스캔달처럼 드라마틱하게 가는 경우는 많이 없습니다. 

하지만, 학회에 참석해보면 필드의 주류 과학자들 사이에서 특정 결과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때문에 STAP 스캔달과 같은 드라마틱한 자정작용을 거치지 않아도 학계는 끊임없는 자정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인간이 사는 사회는 어느 곳이나 불합리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요즘의 한국의 정치에서도 많이 엿볼 수 있지요. 


제가 과학자로서 보람을 갖는 이유는 과학도 인간이 하는 작업이기에 불안정하고 불합리한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이 하는 여러가지 중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논리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을 하는 부분이라는데 있습니다.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계속 정진을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클릭하시면 홈페이지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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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에밀로 원글의 질문자입니다. 교수님께 문의까지 드려서 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직 제가 대학원생이라서 많이 경험해보지 못한 학회에서는 field의 흐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나보군요. 저는 사실 염세주의만 아니라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과학이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 블로그의 다른 포스트에는 반대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비슷한 맥락일거라고 생각합니다. 2016.12.07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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